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321)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육체가 노쇠해지니 자연히 기억력도 떨어지는 것은 아침 해가 떠서 서산에 걸치듯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육체 기능이 최고조일 때에 비하여 서서히 머릿속 기능이 쇠퇴하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을 것이다. 주로 뇌 기능과 관련되는 것이고 지금의 의학 정보는 뇌 기능이 떨어지는 기작을 이해해가고 있으나 예방 방법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뇌의 표피를 감싸고 있는 인지질과 관계가 있으리라 추정하고 뇌 조직에 아미로이드 축적이 원인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된 약이나 기능성 제품이 활발히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으나 아직도 뚜렷한 개선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된 경우는 없는 실정이다. 단지 지연 가능성은 제시된다. 세계 관련 분야 과학자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있으니 가까운 장래에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나 얼마나 더 걸리고 또 그 기능은 확실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는 이를 것 같다.
나의 경우도 기억력 감퇴를 느끼면서 일상 생활하는 데 약간 불편하기는 하나 일상 업무를 처리하는 데는 큰 지장은 없어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으나 언제 더 악화될까 걱정이 일기도 한다. 기억의 창고에는 분명 내가 필요한 정보가 차곡차곡 쌓여 있을 터인데 그곳을 찾아가는 길을 내 뇌 신경이 찾아내지 못하는 현상이겠지. 이런 현상은 컴퓨터 저장기능에서도 자주 경험하고 있다. 내가 작성하거나 수정한 많은 정보는 유료인 네이버 마이박스에 계속 저장하여 필요할 때 유용하게 끌어내 쓰고 있다. 실로 편리하다고 여기는데 때에 따라서는 필요한 정보를 어느 꼭지에 넣어두었는지를 알 수가 없다. 그래 키워드를 별도로 입력하여 찾기를 하는데 그것도 작동하지 않을 때는 낑낑대면서 시간을 허비한다. 아마도 내 머릿속 뇌가 갖는 기능도 비슷하지 않을는지. 이제 인간의 뇌에 칩을 꽂아 뇌를 컴퓨터 저장기능과 같이 이용하려는 시도를 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되면 내 뇌에 기억된 모든 정보가 모두 노출되어버리는 끔찍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결코, 내 뇌에는 칩을 꽂지 않을 생각이다.
근래 가까운 가족 중에도 치매 상태가 심하여 요양원에 입원 중인 분이 있다. 몇 번 병문안하러 가서 참으로 안타까운 상태를 경험하고 돌아온다. 젊었을 때는 그렇게 영특했던 분이 기억을 모두 놓아버리고 자기 몸속에서 10개월을 품고, 몇십 년을 돌봤던 자식들까지 기억의 끈을 놓아버렸다는 것에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가두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한편 생각하면 기억력의 감퇴는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할 일은 아니라고 여길 때가 있다. 주위에 있는, 친족에게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심정이나 본인에게는 어떻겠는가를 미루어 짐작해보고자 하는 때도 있다. 기억을 놓고 나면,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무아의 상태, 즉 평온한 상태가 아닐는지.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은 뒤로 하고 본인의 입장으로 보면 과연 어떨까 하는 생각을 문득, 문득 한다. 내 기억력의 감퇴는 내 생활에서 여러 불편이 나를 괴롭게 하고 자괴감을 불러일으키나 아무리 노력해도 떨어지는 기능을 늦추거나 멈추게 할 수 없다면 스스로 받아들이면서 이 상황과 타협하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경우 이를 대비하여 철저한 메모 습관을 기른다. 약속이나 해야 할 일을 작은 수첩에 빽빽이 기록하고 수시로 그 기록을 점검하여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혹여 기록해 놓았다는 것을 잊어버릴 수도 있으나 수첩이 내 안주머니에 있다는 사실은 아마도 잊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한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계속하여 뇌 기능을 활용하는 생활을 하면 기억력 상실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좋은 예가 매일 불경을 읽고 명상을 하는 스님과 성경공부와 강론으로 머리를 써야 하는 목사나 신부들의 경우 치매나 기억력 감퇴가 훨씬 느려지지 않을까 한다. 뇌 기능도 용불용설의 기본 논리가 적용될 것이라 믿는다. 금방 생각난 것을 돌아서서 잊어버리는 상황을 더 늦추기 위해서는 더욱 뇌가 제 역할을 더 하도록 채근해야 되겠다.
글을 쓰는 데는 확실히 뇌에 저장된 많은 정보를 찾아와야 하니 뇌세포 간 연결고리인 뉴런 등이 계속 활성화될 것이라 여기고 틈나는 대로 자료를 정리하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를 계속하려고 마음먹는다. 최소한 내가 축적한 지식과 정보를 폭넓게 활용하고 더 축적하여 다시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오래 지니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내 뇌의 활용 방법은 나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아울러 뇌 기능 쇠퇴에 영향을 주는 음식, 알코올이나 편식 등은 삼가고 운동 등 내 노력으로 기억력 감퇴를 최대한 늦추고 새로운 정보를 더 축적하고 이용하는 훈련을 통하여 나를 지키는 노력을 계속하리라 마음먹는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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