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324)

지구는 여러 차례의 대멸종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원인은 달랐다.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주는 약 140억 년 전 생성되었고, 그 우주에서 지구가 여러 우연을 거쳐 탄생한 것은 46억 년 전이라고 한다. 이는 현재의 과학기술에 근거한 추론이다.
지구가 출현하고 최초의 생명체가 나타난 것은 불과 35억 년 전이라고 하는데, 이는 지구 생성 후 11억 년이 지난 시점이다. 가장 오래된 박테리아 화석에서 그 근거를 찾는다. 이후 실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기를 맞았다고 추론하고 있다(찬란한 멸종, 이정호). 즉, 지구에 살았던 생명체가 몇 가지 이유로 거의 전멸에 가까운 위기를 겪었다는 추론이다.
첫 번째 대멸종은 약 4억 4380만 년 전 고생대 말기로, 생명체의 86%가 생명을 잃었다. 그 이유는 지구 가스 조성의 변화로 인한 빙하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대멸종기는 3억 5890만 년 전 고생대 데본기 말기로, 생명체의 75%가 사라졌는데, 이유는 소행성 충돌로 보고 있다.
세 번째는 약 2억 5190만 년 전 고생대 페름기 말기로, 95%가 멸종되었다. 그 원인은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로 인한 산소 농도 하락으로 본다. 네 번째는 2억 140만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기로, 생명체의 80%가 멸종되었다. 원인은 화산 활동으로 인한 대기의 산성화였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약 66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생명체 76%가 사라졌는데, 운석 충돌 때문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 원인은 지구에 살고 있던 생명체와는 전혀 상관없이 자연재해나 지구적, 우주적 변화였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홀로세 혹은 인류세라고도 하는데, 여섯 번째 대멸종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는 불길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대기 온도의 변화, 지구의 산성화, 산소 농도 하락 등을 들고 있다.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은 생물과는 전혀 관계없었으나, 예상되는 여섯 번째는 인간이 자초한 결과에 의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추론이다.
주범인 인간이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되돌릴 수 없는 한계를 넘어가는 이산화탄소와 끊임없이 늘어나는 각종 산업 폐기물 등이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지금 지구에 함께 사는 생명체의 종류와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우리는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따오기, 종달새, 제비 등 조류는 물론, 여우, 늑대는 야생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고, 이들이 자취를 감춤에 따라 먹이사슬이 무너지면서 상위 포식동물인 호랑이, 곰 등이 우리 강산에서 사라졌다.
동물뿐만이 아니다. 식물도 그 다양성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100여 년 전만 해도 인간은 30여 종의 식물 열매나 뿌리 등을 먹고 살았으나, 지금은 쌀, 밀, 옥수수, 보리 등 네 가지 종이 우리 주식의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곡물은 국가 종자 보관기관에서나 겨우 찾아볼 수 있다. 채소류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인간이 만들어내는 변화가 계속해서 지구의 생태계를 변화시켜 더 이상 완충 역할을 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런 변화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농업의 시작이 그 시발점이 된다는 추론이다. 농업을 통해 인간의 집단 거주가 가능해지면서 사회가 형성되었고, 협동과 협력을 통해 지능이 발달하고 축적된 지혜를 이용하게 되면서 다른 생물과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 즉 인간이 되었다.
이러한 호모사피엔스가 스스로 만든 모든 물질이 편리함과 풍요의 상징이 되었으나, 이들을 생산하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되는 여러 물질은 자연 순환의 섭리를 되돌릴 수 없게 변화시키고 있다.
바다 오염의 지표 생물인 산호는 세계 여러 해양에서 백화 현상이 일어나 해양 오염이 심각함을 알려주고 있다. 산호의 백화로 이들과 공생 관계에 있는 어류가 생존을 위협받고 있으며, 고래나 큰 어종의 남획은 이들의 배설물을 영양원으로 삼는 플랑크톤이 줄어들어 어족 자원의 고갈이 염려되고 있다.
지구는 이제 한 촌락과 같아졌다. 한쪽의 자연 변화가 전체 지구촌에 영향을 끼치는 거미줄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런 변화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인 상황에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여섯 번째 대멸종 시기가 머지않았다고 예측한다.
자연 현상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멸종과 달리, 여섯 번째는 인간에 의한 재앙이므로 멸종 후 회복 기간은 이전 다섯 번의 경우와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여 더욱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관련기사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