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325)

살아가면서 누구인들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어느 한순간을 다시 되돌아보며 후회해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때로 돌아가 다시 산다면 이렇게 했을 텐데 하고 생각하는 순간, 후회의 감정이 일곤 한다. 후회는 이 세상 동물 중 인간만이 갖는 놀라운 인지능력이고 기억력, 분석력, 평가력이 함께 어우러진 감정의 발로다. 후회를 통하여 우리 자신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고 조용히 나를 다시 추스르는 기회를 갖는, 어찌 보면 재설정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한, 후회는 우리가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것을 아주 극명하게 증명하는 증표이기도 하다. 가끔은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이 말의 진 뜻은 지나온 과거에 많은 실수를 생각하며 지금 이 순간에 후회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 후회를 다시 하고 싶지 않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라 여긴다.
어찌 보면 후회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자기 속임수이며 자기 정당성을 입증하려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가끔은 서로 속내를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상대에게는 지나온 과거에서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는 심정을 털어놓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 후회의 내용을 깊이 살펴보면 그 사람의 됨됨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가늠쇠가 되기도 한다. 자기가 생각하는 후회가 지금 자기가 가고 싶어 하는 진정한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는 어찌 보면 지금의 삶, 앞으로 내 가는 방향에 대하여 나 자신에게 진실하게 묻는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후회는 지나온 과거에 하지 못한 일과 잘못한 일 그리고 했던 일이 모두 포함될 것이다. 하지 못한 일 중에는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여력이 있고 또 다른 접근방법으로 그때 못한 것을 이룰 수 있지는 않겠는가. 젊었을 때 그렇게 좋아 보였던 상대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경우 지금에 그 용기를 내서 내 주위에서 또 다른 상대와 대상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 일에 대한 후회도,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걸 하고 생각하나 그 상황을 지나버렸으면 지금 어찌할 수 없으니 비슷한 처지가 되었을 때 그 후회의 감정을 지금에 옳은 판단의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크고 작든 간에 얼마간의 후회를 안고, 함께 쌓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여겨진다.
후회는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아주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표이다. 후회의 감정이 일고 있다는 것은 판단능력과 인지 상태가 정상이며 정확히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나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후회의 순간순간이 있었고 고스란히 그 후회를 내 몸에 저장하고 있으며 저장된 후회를 가끔은 꺼내어 다시 각본을 짜보는 나만의 기회를 갖는 것도 자정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후회에 몰입하기보다는 그 후회를 바탕으로 미래를 동력화하는 것은 각자의 능력에 달렸다고 여겨진다. 후회를 반추하다 보면 그 속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도 있으나 그 경험에서 얻는 교훈으로 더 나은 삶을 설계하고 더 뛸 수 있는 활력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도 사소한 실수로 후회하기도 하고 언짢아 마음이 상하는 경우도 있으나 조금 달리 생각하면 나에게 다른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한 배려가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의 방향을 바꿔본다.
완전하지 않고 미완성의 작품이 인간이라고 한다. 태어나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계속하여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르고 지난 것을 후회하면서도 또 다른 삶은 계속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실수를 통한 경험이 오늘 옳게 하라는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실수 없는 삶, 얼마나 무미건조할까. 소나무는 밋밋한 것보다 공이가 박히고 구부러지고 뒤틀린 것을 보고 그 모습에서 용기와 끈기를 느낀다. 그만큼 고난을 겪었다는 흔적과 자취를 내면에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후회나 아픔보다는 그 주어진 여건을 이기고 극복하려는 의지가 거기에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강한 인상을 준다. 후회의 치유는 더 강한 삶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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