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328)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봄의 따스한 햇볕을 받고 하늘이 마련한 물을 머금은 흙을 어머니로 삼아 싹 트고 자라면서 꽃피우고 자기 닮은 씨 맺혀 다시 자손을 이어가는 순리, 씨앗이 갖는 신비로운 기능이다. 이들 씨앗은 자연을 품은, 가장 작은 모습으로 기적을 이루는 중심에 있고 그 안에 담긴 무한한 가능성은 우리 삶과 지구 생태계에 생명의 바탕을 만들어 주고 있다. 씨앗은 자연이 만든 기적이며 단순한 생명체가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씨앗 하나에는 잠시 쉬고 있는 생명이 숨을 고르고 있으며, 이는 미래를 창조하는 원초적인 힘과도 연결된다. 이 작은 생명체가 가진 잠재력은 과학, 환경, 농업, 정신영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심오한 의미가 있다. 씨앗은 생명의 영속성을 상징하고 지금 세대를 다음으로 이어주는 매체로, 지구상에서 생명이 지속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위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씨앗의 중요성은 모든 생명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바탕이며, 특히 농업 분야에서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세계의 식량 생산은 모두 여러 씨앗에 의존하고 있으며, 한 알의 씨앗이 수많은 사람의 식탁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품종개량과 유전자 조합기술을 통해 더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농업생산을 실현하는 데 씨앗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뭄에 강한 종자나 병충해에 저항성을 가진 품종은 기후 변화와 같은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해결책이 되고 있다. 인간은 일찍이 씨앗의 중요성을 알아 갈무리하는 방법을 터득하였고 지금은 씨앗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종자은행을 설립하여 씨앗이 가진 가능성을 보전하고 확대하는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손톱 크기도 아니 되는 비자나무 씨는 거목을 탄생시킬 무한 능력을 그 작은 씨 안에 품고 있으며 바람에 날리는 송실은 어떻게 그 작은 몸체에 무한의 신비를 품고 있는가. 경이롭고 신비할 뿐이다.

식물의 영역을 벗어나 심리적, 철학적 관점에서 씨앗은 희망과 시작을 상징한다. 작고 연약해 보이는 씨앗이 땅속에 묻혀 자라나는 과정은 우리 삶에서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씨앗을 심는 행위는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것을 넘어,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기다림의 미학을 배우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즉 씨와 종자는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를 넘어, 자연, 사회, 그리고 우리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이 작은 생명체에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인식하고 보호하며 활용하는 것은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첫걸음이 되었다. 씨앗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태도는 곧 우리의 미래를 가꾸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종종 결과만을 보며 결과를 낸 씨앗의 가치를 잊을 수 있다. 거대한 나무의 시작이 조그만 씨앗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마치 처음부터 거대했을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위대한 일에는 그 시작이 되는 작은 씨앗이었다는 것을 늦게 알아차리기도 한다. 우리의 상호관계, 이루고자 하는 처음의 목표, 심지어 일상의 작은 행동까지도 씨앗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씨앗을 심는 마음의 자세이며 결과가 당장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때로는 실패로 끝날 수도 있지만, 씨앗을 심는 행위 자체가 이미 희망을 품는 일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흙을 준비하고, 거기에 씨앗을 심고, 물을 주며 기다리는 시간에서 우리도 성장하고, 끈기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이 바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힘이 된다는 것을 알아간다. 흙 속에 묻힌 씨앗이 어두움을 이기고 견디며 뿌리를 내리듯, 우리의 삶도 때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고 있는 것을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씨앗은 스스로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자라서 다른 이들에게 열매를 나누고, 그 안에 또 다른 씨앗을 품으며 생명을 이어간다. 우리도 그렇다. 우리의 작은 노력과 배려가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그들이 또 다른 희망을 키워가게 하여 연쇄작용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한 사람이 심은 씨앗이 어떻게 수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 내 마음속에 어떤 씨앗을 품고 있는지 가만히 물어본다. 그것이 아직 작고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흙 속에 심고 물인 믿음과 북돋는 기다림의 시간을 갖게 되면 햇살과 비를 만나, 자신도 놀랄 만큼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날이 올 것이다. 씨앗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가능성은 무한하며 그 씨앗을 심는 사람에게 세상은 언제나 희망의 빛을 비춰줄 것이다. 우리가 더 나은 생각을 하기 위해, 씨앗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씨앗은 단순히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과 기다림, 그리고 베풂의 본질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이 갖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속 씨앗, 희망은 인간만이 갖는 특혜이고 축복이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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