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69)

사람은 혼자 태어났고 혼자 생을 마감하기 때문에 혼자인 외로움을 태생적으로 마음에 안고 사는가 보다.
이에 대한 반발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본능적으로 혼자 있기를 싫어한다. 한문의 “人”은 두 명이 어울려 있는 모습이다. 혼자는 설 수가 없다.
이 외로움은 다른 사람과 상호교류나 접촉이 부족한 심리적 상태다. 이 감정은 소외감, 단절되었다는 감정과도 비슷하다. 특히 소통하고 싶은데도 그 대상이 없거나 찾을 수 없을 때 외로움은 더 심해진다. 

보통 외로움은 고독이나 고립을 의미하기도 하며 물리적, 심적 상태가 모두 포함된다. 단 한 사람이라도 상대가 있거나 말을 나눌 수 있을 때는 그 강도가 훨씬 덜 한다. 현대사회가 복잡해지고, 기계화되면서 외로움과 고독감은 훨씬 심해지고 있다. 마음속에서 느끼는 쓸쓸함과는 개념이 다르나 외로움은 개인이 갖는 마음의 상태는 개개인의 감정을 넘어 집단으로 국민 건강에도 크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기업에서는 생산성이 떨어져 국가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외로움을 외로움 유행병(loneliness epidemic)으로 분류하여 이를 과소평가하는 것을 공중보건의 위기라고 진단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대가족 제도에서 지금은 겨우 자녀 한 명이나 많아야 2명인 소가족 형태가 정착되었다. 이런 소가족에서는 서로 만나 얘기하거나 생활할 대상도 지극히 제한적이다. 대가족에서는 접촉하고 생활을 같이할 식구가 여럿이고 혼자인 시간이 많지 않다. 잠을 같이 자고 식탁에 여럿이 둘러앉아 담소하면서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 없었다.

근래, 특히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종일 접할 수 있는 상대가 거의 없거나 접하는 시간이 잠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도 2021년 기준 1인 가구 비율이 처음으로 40%를 넘어서고 있으며, 이들의 분포를 보면 70대 이상이 전체의 18.6%에 이르나 더욱 염려스러운 현상은 20대에도 15.7%가 혼자 살고 있다는 통계다(2022 행안부, 통계연보). 전체 인구는 줄어드는데 1인 가구가 이렇게 늘어나고 있다는 현상은 외로움 유행병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몇 년 전 보육원에서 보호 기간이 끝난 젊은 대학생이 자살한 동기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었다고 하였다. 지금 젊은 세대는 결혼은 물론이고 연애의 빈도도 떨어지고 이에 따른 인구감소는 국가적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다. 즉 혼자 생활하면서 주위의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는 상태이다.

더욱 심각한 현상은 핸드폰이나 컴퓨터 보급에 따른 나 홀로 즐길 거리가 많아져 자기 시간의 대부분을 기계와 소통하거나 의사전달이 아닌 일방통행식 교류에 몰두하고 있으며, 이런 행동에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않는 심리상태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면서 직장인이 서로 얼굴을 대하는 기회가 크게 낮아졌고 이런 상황이 일상화되면서 사람 간 접촉의 기회가 더욱 낮아졌다. 이런 현상이 오래되면서 사람 간 접촉이 오히려 부담스러워지는, 인간사회에서 있어서는 아니 되는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로움은 또한 자기 자신에게서 오는 스트레스를 훨씬 많이 받는다. 이런 부작용으로, 정신건강, 신체건강, 인간관계, 업무수행 능력도 떨어진다. 의학에서는 스트레스야말로 건강을 해치는 중요원인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만병의 근원을 제공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1인 가구 같이 혼자 외롭게 살게 되면 대화할 상대가 없고 상대가 없으니 웃을 일이 있을 수 없으며, 내 안에 있는 괴로움을 나눌 방법이 없다. 행복을 거창하게 정의하는 것보다 특별한 것이 없이 좋아하는 사람과 웃고 즐거움을 나누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 아닐까 여긴다.

이 모든 것들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서 일어나는 감정들이다. 결코, 기계와의 대화에선 얻을 수 없으며 TV를 보거나 글을 읽고 웃어도 사람과의 접촉에서 얻는 감정과는 큰 차이가 있다. 오직 사람과의 접촉에서만 진정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외톨이로 사는 경우 수명이 행복하게 사는 부부보다 짧아진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일부 탈선하는 삶의 경우를 보면 대부분 대화의 부족이나 외로움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제 외로움을 질병의 원인으로 분류하여 외로움을 상쇄할 사회여건을 만들고 학교에서도 지식전달에 몰두하기보다 학생들이 서로 접촉할 기회를 더 만들 방안을 깊이 검토해야 한다. 혼자서 하는 공부나 공조직이 아닌 사교육에서는 지식의 전달 수단으로는 의미가 있으나 사람 간 교류의 순기능은 기대할 수가 없다.

공교육에서 실시하고 있는 집단의 놀이, 즉 체육대회, 토론회, 소풍 등 학생 간 교류의 기회를 더 많이 만들도록 해야 한다. 이런 행사를 통하여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협동하고 도우며 양보의 필요를 스스로 알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전우를 만드는 군 생활도 집단사회나 상대를 이해하는데 좋은 기회가 된다. 이런 단체생활을 한 사람과 그런 경험이 없는 경우, 사회적응에 다른 면을 보인다. 60년 전 교전으로 생을 달리한 내 전우의 무덤에 꽃 한 송이를 헌화하면서 옛 전우와 같이 한 마음을 나누는 기회를 가졌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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