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66) 

생리적으로 인체가 보고 느끼는 것은 다분히 주관적인 자신의 기준에 의해서 실체를 판단한다. 우리 몸에 있는 여러 감각기관이 총동원되어 보내는 정보를 두뇌가 판단하여 결론을 내린다. 기차 여행에서 차창에 빠르게 스치는 풍경도 단 순간에 볼 수 있으며 그것에 대한 감흥을 감지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과 감정은 완전히 개인적인 영역에 속한다. 동일한 풍경에서도 각자가 느끼고 받아들이는 감정은 같을 수가 없다. 인간 심리, 즉 마음은 상대적이라는 것이 심리학에서 밝히고 있다. 하긴 거창하게 학술적인 설명이 없더라도 우리는 이미 일상생활에서 같은 현상을 계속 경험하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도 내 지금의 심정이 어떤가에 따라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끼는가 하면 심리상태가 복잡하면 그 아름다움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딴생각하게 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우리 속담은 우리 심리상태를 정확히 표현한다.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이런 현상은 극명하게 나타난다. 보는 당시의 심리상태나 주어진 여건에 따라서 선호와 감흥은 크게 차이 나는 것을 우리 일상에서 경험한다. 금방 지나쳤던 일들도 겪은 사람에 따라 기억의 강도가 크게 다름을 경험한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정치인, 예술인 등에 대한 선호도가 지역이나 사람에 따라 극명하게 차이 나는 것도 내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판단기준에 따라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 판단기준은 자기 경험, 교육 정도, 출생 내력 등과도 관계가 있고 특히 내 몸의 상태에 따라서도 평가 기준은 달라진다. 같은 정치인인데도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극명하게 선호도가 다른 것은 지금 우리 현실에서 보고 있다. 보고 있는 그 사람 자체는 다름이 없음에도 보는 입장에 따라서 선호의 차이가 나는 것은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이 전부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보고 느끼는 것은 우리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고, 그 마음은 가변적이고 상대적이면서도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비합리적일 때도 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결코 절대적 영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불교에서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이 허상이라는 것을 강조하여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라는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고 하였는가.

보는 것이 그대로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우리 눈의 한계이다. 모든 물질은 분자로 이루어져 있고 그 분자는 한시도 정지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으며 어느 순간에는 물질에서 형태가 없는 에너지로 변환되기도 한다. 눈의 시력이 더 높아 분자를 꿰뚫는다면 물체의 형태는 없어지고 분자의 엉성함만 보일 것이다. 지금 보이는 현상은 호(好), 불호(不好)로 상대적일 때가 많다.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경치도 이보다 더 나은 장소로 옮기고 나면 지나온 것이 그렇게 높이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느낀다. 일상에서 느낌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지금 보고 있는 것이 그 참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 참모습은 어떤 것일까?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참을 찾기 위하여 종교지도자와 철학자들이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일반 범인의 영역을 벗어나 저 멀리 피안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수사견(一水四見), 같은 물을 보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은 달라진다. 우리 속담에 백인백색(百人百色)이란 말이 왜 스러지지 않고 회자되고 있는가. 보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름을 극명하게 표현하는 말이다. 보이는 것의 진정한 모습, 참모습을 찾는 것은 인간의 사고 능력 밖에 존재하는 것 같다.
 
형태가 있는 우주 만물, 그 어떤 것도 결코 모양이 같은 것이 없으니 같지 않음을 받아들이고 그 다름을 자연의 섭리로 이해하는 것이 마음을 정리하는 수단이 될 것 같다. 근래 일고 있는 정치인의 거짓말도 이런 삼라만상의 다름에서 보면 같지 않음을 표현하고 어제의 것이 오늘 꼭 같아야 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현상이 아닌가 한다.

그래도 우리는 끊임없이 참을 찾으려 노력해왔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해왔는데 지금의 것이 결코 내일도 같은 대우를 받을 것인가에 대하여 회의를 느낀다. 변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주어져 있는 그대로를 그냥 받아들이면서 지금 보고 있는 것에 갈등 없이 살고픈 생각이 든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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