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아요”라는 표현은 자기 의사가 없는 공허한 말이 된다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62)

우리말의 어감은 실로 다양하게 다른 느낌을 준다. 잘 알려진 대로 ‘아’ 다르고 ‘어’가 같지 않다는 말은 자주 한다. 한 글자 차이로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전달되는 경우를 말한다.
글보다는 말로 의사를 표현할 때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우리말에 이런 경우가 많다. 특히 지방 토속어에는 말의 높낮이와 길이 등에 따라서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같은 말인데도 긍정, 부정, 유보의 뜻으로 전달된다. 글로 썼을 때는 같은 철자로 표현되나 말의 경우 그 깊은 뜻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여러 다른 나라의 말도 비슷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우리말에서 가장 헷갈리는 말의 하나가 “같아요“다. 똑 떨어지게 자기의 의사를 전달하는 말이 아니다. “같아요”라고 이야기하면 내 뜻인가, 일반적인 얘기인가. 또 긍정인가, 부정인가, 아니면 그냥 중간인가, 영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정확히 자기의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으로는 대단히 부적절한 말이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회색 영역에 머무르는 말이다. 더 친숙한 말로 회색분자는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흑도 아니고 백도 아닌 이 두 색이 합쳐진 중간 회색이라니, 보는 사람에 따라서 흑 또는 백으로 해석하라는 얘기인데 자기 의사는 무엇인가. 정치권에서 회자되었던 수박 얘기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겉과 속이 다른 경우이다. “같아요”도 이 회색의 영역에 속하는 말의 하나이다.
이 말은 근래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쓰고 있는 것을 본다. 심지어 방송 매체에나 공공 지면에서도 종종 접하는 경우가 있다. 유명관광지에서 관광객에게 느낌을 묻는 말에 “경치가 좋은 것 같아요” 이 말 뜻은 경치가 좋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인가. 내 뜻인가, 남의 뜻을 전달하는 것인가. 말의 주인이 사라져버리고 말하는 사람의 의사가 모호해져 버리는 말투이다. 우리 생활에서는 이처럼 모호한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다.
너무 단정적으로 말을 하면 대부분 매몰차다고 얘기하고 또 심하면 강성으로 몰아붙인다. 특히 정치인들은 유전자가 항상 자기에 대한 친소관계가 있기 때문에 애매 몽롱한 말로 자기의식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자기 생존을 위해서 카멜레온같이 여건에 따라 색을 바꿀 준비를 하기 때문에 비난의 영역을 벗어나지만, 우리 일반인의 경우 주어진 사실에 대하여 자기 의사를 정확히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이 사회생활에서 자기의 독창성과 개성을 나타내는 좋은 수단이 아닐까 한다.
“같아요”라는 표현은 이런 의미에서 자기 의사가 없는 공허한 말이 된다. 병원에서 의사에게 “제가 많이 피곤한 것 같아요, 혹은 몸이 아픈 것 같아요”, 어찌 판단할까. 아마도 의사는 환자가 정확히 아픈 상태를 얘기하고 어느 부위인가를 알려주어야 치료 가능한 방법을 선택하여 치료해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같아요”는 전혀 자기 의지가 들어가 있지 않다. 이런 막연한 의사 표현 대신에 “경치가 아주 좋다”, “허리가 아픕니다”와 같이 확실한 의사 표현을 습관화해야 한다. “같아요” 같은 자기 주관이 없는 말을 자주 쓰다 보면 자기 자신이 줏대 없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같은 사고를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근래 읽은 책 중 인상에 남는 책 제목이 ‘일단 잘 될 거라 말해요’에서 말은 씨가 된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이런 글이 쓰여 있다. ‘말은 강력한 주인이다. 말은 아주 작아 보이지 않는 몸이다. 하지만 신과 같은 일을 해낸다’. 두려움을 멈추게 하고 슬픔을 가시게 하며, 즐거움을 빚어내며 연민의 정을 키우기 때문이다. 말의 중요성을 표현하고 있다. 내가 생각한 것을 말로 표현할 때 그 말은 다시 내 뇌로 전달되어 행동으로, 현실화하게 하는 경힘이 있다. 강한 의지를 갖고 말에 힘이 실리면 그렇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같아요”를 반복해보자.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오는가. 우유부단하여 내 의지가 실리지 않는, 자신 없는 내가 떠오르지 않는가. 만나는 상대나 자신에게도 자신 있는 말을 통하여 내 의지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은 나를 있는 그대로 잘 알리는 좋은 수단이 된다. 어물어물한 중간치의 말은 떼어내 버리자. 우리가 이쪽 저쪽 눈치를 봐야 살아가는 지금 같은 철새 정치인이 아닌 이상.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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