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식의 특성에 맞게 개발되어 수천 년 내려오는 숟가락
중국의 동북공정을 무너뜨리는 중요한 물증으로 이용되고 있어 뿌듯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60)

먹을거리의 종류가 다를 뿐 먹지 않고 사는 동물은 없다. 그런데 이 먹이(음식)를 먹는 도구가 나라나 민족마다 크게 다르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어서 오래전부터 곡류가 주곡이 되었고 풀이나 곡류를 먹고 살찌우는 동물의 고기가 주식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그 근원은 곡류이다. 특히 우리 한민족은 수천 년 전부터 곡류를 주식으로 하였고, 특히 쌀이 그 중심에 있었다.
우리의 쌀 식문화는 1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북 청원군 소로리에서 출토된 고대 볍씨는 BC 12,670~10,550년으로 측정되었고 장립종과 단립종이 같이 발견되었다(농업사연구, 3집 2호). 물론 이전에는 잡곡류, 조, 수수, 피, 보리 등을 먹어 오다가 식미가 훨씬 좋고 기후 풍토에 맞는 쌀이 주곡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후 계속하여 쌀을 먹어 왔고 근세 들어 다양한 과학기술을 도입하여 육종을 통한 다수확품종을 넘어 식미가 우수한 쌀이 출현하여 소비자의 구미를 맞춰주고 있다.
우리 식생활에서는 벼를 그냥 먹는 경우는 없고 도정하여 외피와 미강 층을 벗긴 쌀을 끓여 밥으로 먹어 왔다. 그럼 음식을 먹는 도구는 나라마다 어떻게 다른가. 아직도 동남아 일부 국가와 아프리카의 경우 쌀밥을 주식으로 하면서도 먹을 때 용기에 담아 그냥 손으로 먹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손에 제2의 맛감각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음식을 먹는 도구는 동서양이 크게 다른데 육류를 주식으로 하는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칼과 포크가 주된 식사기구가 되었고 숟가락은 보조기구이나 동양의 경우 쌀이나 밀가루로 만든 밥과 국수를 먹기 위해서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이용되어 왔다. 이런 이유로 칼과 포크, 숟가락과 젓가락을 이용하는 민족의 식문화의 차이가 생겨났고 이들 도구의 특성으로 상차림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면서 정신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동남아 3국 한국, 일본, 중국의 경우 곡류를 중심으로 식단이 꾸며졌음에도 불구하고 먹는 도구는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 먹는 도구는 젓가락이 주된 기구이고 숟가락은 보조기구, 즉 국물을 먹을 때만 이용하고 있다. 두 나라를 여행하는 경우 모두 젓가락을 주로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용기에 담긴 밥을 먹기 위하여 밥이 든 용기를 들어 올려 입에 대고 젓가락으로 입에 넣어 먹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면류가 일반화되어 젓가락이 제격이나 쌀밥을 먹는 경우도 주로 젓가락을 이용한다. 즉 숟가락을 주된 도구로 식사하는 민족은 아마도 우리 한민족의 특징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민족의 기원은 기원전 2333년 단군왕검이 건설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그 훨씬 이전에 우리 조상이 존재하였고 그 역사는 1만 년 전이라는 주장이 있다. 환단고기(안경전 역주, 2012, 환기 9209))에 의하면 고조선의 음식문화는 남경 유적지로 올라가서면서 5,000년 전 탄화미가 발견되었고 음식을 먹을 때 숟가락을 이용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함경도 외포항 유적지에서도 청동 숟가락이 발굴되는가 하면 동물 뼈로 만든 것도 보였다. 숟가락은 이미 북만주, 고조선의 역사적 배경지의 출토품에서도 숟가락이 나와 이들이 한민족의 뿌리임을 강하게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젓가락과 숟가락을 비교할 때 그 편리함을 잘 느끼지 못하고 일상에서 먹는 기구로 인식하고 있다. 쌀이나 잡곡으로 밥을 지어 바로 먹을 때 맨손으로 먹기에는 너무 뜨겁고 숟가락이 가장 잘 어울리면서 편리한 도구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뜨거운 상태에서 먹어야 하는 온식 문화의 특성으로 숟가락은 가장 적당한 도구라는 것이 증명된다.
중국은 근래 동북공정을 통하여 고조선, 고구려, 발해를 자기들 역사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나 북만주 지역, 우리 조상의 터전이었던 고조선의 유적지에서는 많은 수의 숟가락이 출토되어 식생활 도구로써 독창성을 갖는 역사적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숟가락은 우리의 전통성, 정통성을 밝히는데 주요한 물증 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숟가락은 처음 나무나 대나무 등을 기본소재로 이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오래 보존이 불가능하여 현존하는 것은 없으나 청동기를 거치며 쇠로 된 숟가락이 이용되면서 현재 우리 유산으로 눈에 보이게 되었다.
숟가락 문화는 우리 한민족의 고유한 식생활을 설명하는데 적절한 방편이며 숟가락의 장점이 많이 설명되고 있다. 숟가락을 항상 젓가락과 짝을 이루어 밥상에 오르고 있으며 한상차림에 밥과 국그릇의 옆을 지키고 있다. 우리 식탁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은 그 용도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으며 그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하면 눈총을 받는다. 밥을 먹을 때 젓가락 사용은 금기이며 국물은 숟가락을 쓰는 것이 정도이다. 우리 음식에서는 국물뿐만 아니라 간장, 국물, 찌개, 동치미 등 꼭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음식들이 많이 있다. 우리 음식의 특성에 맞게 개발되어 수천 년 내려오는 숟가락이 중국의 동북공정을 무너뜨리는 중요한 물증으로 이용되고 있어 뿌듯하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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