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가 왜 이렇게 불안하죠?” 요즘 MZ세대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성과를 내야 하고, 행복도 챙겨야 하고, 건강과 관계, 커리어까지 빈틈없이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내 삶을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은 점점 희미해진다. 이런 혼란 속에서, MZ세대는 독특한 방식으로 삶의 균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바로 ‘일상 루틴의 혁신’이다. 과거의 자기계발이 스펙과 성과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매일 반복되는 루틴을 통해 ‘나를 돌보고, 삶의 질을 회복하는’ 새로운 자기 관리 방식이 등장한 것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서 시작된 변화: ‘소확행’
트렌드의 출발점은 ‘소확행(小確幸)’이었다. 2017년 전후로 유행한 이 키워드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즉 커다란 성공이나 성취가 아니라 하루 한 잔의 커피, 좋아하는 책 한 권, 좋아하는 사람과의 저녁 식사처럼 소소하지만, 실현 가능한 만족을 추구했다.
외면보다 내면을 돌보는 삶: ‘아보하’
2020년 전후로 등장한 ‘아보하’는 본래 ‘아보카도형 라이프’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겉은 평범하지만 속은 단단하고 영양이 풍부한 아보카도처럼, 보이는 삶보다 내면의 가치와 만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라이프스타일을 뜻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아보하’가 또 다른 의미로 진화했다. 바로 ‘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뜻이다. 예를 보면, “오늘도 아주 보통의 하루를 보냈다. 출근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저녁엔 책 몇 장 읽고 잠든 하루. 특별할 것 없지만, 이런 날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 이는 특별한 사건도, 눈에 띄는 성과도 없는 하루일지라도 무탈하게 지나간 하루 속에서 평온함과 감사함을 느끼려는 태도다.
자기 통제의 욕망: ‘갓생 살기’
2021년부터는 ‘갓생 살기’ 열풍이 거세졌다. 갓(God)+인생(Life)이라는 이 말은 “신처럼 성실하게 살아보자”는 뜻으로, 매일 루틴을 기록하고, 인증하고, 함께 도전하는 MZ세대식 성실성 운동이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무너진 일상의 리듬을 다시 세우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성공’보다는 ‘잘 사는 느낌’을 얻기 위해 MZ세대는 직접 목표를 설정하고 루틴을 실천하며 자신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불안을 견뎌냈다.
루틴은 나의 브랜딩: ‘바른생활 루틴이’
‘갓생’을 넘어 등장한 키워드가 2022년 트렌드코리아가 주목한 ‘바른생활 루틴이’다. 이들은 하루 5시 기상, 독서, 운동, 노션 계획 정리까지 성실하고 정돈된 일상을 SNS에 공유하며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딩을 한다. ‘갓생’이 개인적인 성취 중심이었다면, ‘루틴이’는 타인과의 공유와 자극, 브랜딩까지 포함한 확장된 개념이다. 이들은 스스로 만든 기준에 따라 루틴을 실천함으로써 자기 효능감은 물론, 사회적 피드백을 통한 정체성 강화까지 경험한다.
루틴을 넘은 의식: ‘리추얼 라이프’
가장 최근 등장한 키워드는 ‘리추얼 라이프(Ritual Life)’다. 겉보기엔 ‘루틴’과 비슷하지만, 이 개념은 ‘의식적으로 삶을 구성하는 태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아침에 커피를 내리며 오늘을 다짐하고, 밤에 조용히 스킨케어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매주 같은 카페에서 글을 쓰며 나만의 시간을 확보한다. 이 일상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나 자신과 대화하고 삶을 의미화하는 의식”이다. 이는 실용보다 감정, 효율보다 자존감을 위한 루틴이다.
이상의 다섯 개 키워드를 연결해보면, MZ세대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가 선명하게 보인다.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사회적 불안과 개인적 성찰이 결합한 새로운 생존 방식이며, 성과보다 과정을 살아내는 법, 타인보다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법에 대한 신세대다운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결언: 루틴은 MZ세대의 자존감 전략이다
이제 MZ세대에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이루었느냐보다 매일을 어떻게 보냈느냐의 문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매일 나만의 리추얼을 지키며, 매일 나를 돌보고, 기록하고, 성찰하는 것. 그 반복 속에서 성공이 아닌 성장, 결과가 아닌 존재감, 그리고 남이 아닌 ‘내가 나를 인정할 수 있는 삶’이 만들어진다. “성공보다 소중한 건, 매일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내는 것. MZ세대는 루틴을 통해 스스로를 구한다.”

손세근 토토사이트안전상생재단 명예총장은 ‘트렌드 변화를 주시하며 활기찬 삶을 영위해 가는 베이비부머’를 뜻하는 ‘트렌드부머’란 퍼스널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주)에서 CCO(고객만족 총괄책임자) 등의 임원을 역임했으며, 트렌드 변화 연구와 청년 멘토링 등에서 꾸준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개인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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