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에 인쿠르트가 조사한 올해의 유행어 1위를 차지했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불확실한 미래보다 소소한 현재에 중점을 두고 삶의 질에 관심을 가지는 행복관의 변화를 제시하여 끝없는 경쟁에 지쳐있던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기 키워드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환경 속에서 너도나도 SNS에 몰두하며 나만의 소확행을 경쟁적으로 올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이에 편승하여 기업들은 ‘조금 비싸지만 괜찮은 가성비의 제품, 서비스’란 마케팅 전략을 펼치면서 그 의미가 조금씩 변질되어 가기 시작했다. #스몰럭셔리, #홈술파티 등 작은 사치를 인정하는 과시적 행동과 의무감까지 동반되기에 이르렀다. 나만의 작은 행복도 남과 비교하고 과시하는 것이 보편화 되면서 우리는 다시금 피로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2021년 7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행복연구센터를 설립하여 활동 중인 최인철 교수는 “행복에 관한 가벼운 진담과 진지한 농담”이라고 표현한 <아주 보통의 행복>이란 책을 발간했다. 여기서 ‘아보행’이라고 축약된 행복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은 ‘트렌드코리아 2025’(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팀 지음)에서 두 번째 키워드인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를 통해 인용되면서 이 시대의 새로운 행복론을 제시하고 있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축약어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할 수 있는 행복이나 그러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을 뜻한다. 그 어원을 보면,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에세이 <랑게르한스섬의 오후(1986)>에서 쓰인 말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된 속옷을 볼 때 느끼는 행복과 같이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이라고 했다.
최근 오비맥주의 발포주 브랜드 ‘필굿’이 MZ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소확행’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일상 속 나만의 소확행’으로는 ‘냉장고 속 꽉 찬 안주와 술’(24.4%)이 1위로 꼽혔다. 또 ‘사회생활 속 소소한 즐거움’으로는 ‘대중교통에 타자마자 생긴 빈자리’(25.2%), ‘업무 미팅 취소로 생긴 자유시간’(24.4%), 법카 찬스의 순간(18.6%) 등이 1~3위를 차지했다. 또한 ‘퇴근 후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소비를 통해 마음을 위로받는 ‘금융치료’(22.5%)가 1위로 올랐고,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원천’은 ‘월급날’(43.5%)이 압도적이었다.
아보행(아주 보통의 행복)
이 책의 저자 최인철 교수는 서문에서 ‘행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있다.
“우리는 늘 특별한 행복, 예외적인 행복, 미스터리한 행복을 바라지만 그런 건 없다. 행복은 ‘내 삶을 사랑하는 정도’다. 딱 그 정도로만 이해하면 된다. 진정한 행복은 아주 보통의 행복이다.”
<아주 보통의 행복>, 이 책을 읽으며 크게 공감했던 내용 중에서 ‘행복의 천재들이 평범한 일상을 행복으로 만드는 비결’ 몇 가지를 뽑아 여기에 소개해 본다.
○ 그들의 비밀 병기는 ‘그냥’, 기념일이 아닌 뜻밖의 시간에 뜻밖의 선물을 한다.
○ 행복 천재들은 간섭하지 않는다. 타인의 행복을 응원하되 경계를 지킨다.
○ 그들은 굳이 알 필요 없는 것들은 모른다. 알 권리와 알 가치의 균형을 잡는다.
○ 여행을 통해 나 자신을 만나고, 재창조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느낀다.
○ 그들에겐 특별한 4대 보험이 있다. 좋은 인간관계(Intimacy), 자율성(Autonomy), 의미와 목적(Meaning & Purpose), 재미있는 일(Interesting Job)의 4가지이며, 영어 축약어로는 ‘I AM I’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사후처방이 아닌 예방적 성격의 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소확행’이 ‘소소한 소비’란 의미에서 ‘작은 사치’로 변질된 데 대해 피로감을 느끼던 대중들은 과시하지 않고 무탈하고 평범한 하루를 보낸 고마움에서 느끼는 행복이란 의미인 ‘아보행’에 더욱 공감하게 된 것이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최근 SNS상에서도 #무탈, #평범, #보통, #중용, #절제 등의 키워드가 많이 언급되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의 삶을 감탄사로 채우고 싶다면, “지금 내가 가지고 누리고 있는 것들이 없다면” 하고 상상해 보며 그 가치와 의미를 진정으로 느낄 수 있으면 된다. 소중한 순간의 삶에 밑줄을 치며 음미하는 일은 세상을 만끽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손세근 토토사이트안전상생재단 명예총장은 ‘트렌드 변화를 주시하며 활기찬 삶을 영위해 가는 베이비부머’를 뜻하는 ‘트렌드부머’란 퍼스널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에서 CCO(고객만족 총괄책임자) 등의 임원을 역임했으며, 트렌드 변화 연구와 청년 멘토링 등에서 꾸준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개인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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